1,000벌의 셔츠가 세관에서 멈춘 이유: “짝퉁” 통관보류의 숨겨진 진실

해외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견하고 국내 수입을 결정했을 때, 수입업자의 머릿속엔 이미 완판의 설렘이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물품이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찰나, 세관으로부터 ‘통관보류’라는 무거운 통지를 받게 된다면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특히 그것이 지식재산권 침해, 즉 위조품(이른바 짝퉁) 의심 때문이라면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시작됩니다.

최근 인도에서 남성용 셔츠 1,000점을 수입하려다 상표권 침해 의심으로 발이 묶인 실제 심판례(조심 2025관0107)가 있었습니다. 수입업자는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1,000벌의 셔츠가 왜 끝내 창고를 벗어나지 못했는지, 이 사건 속에 숨겨진 관세 행정의 원칙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살펴봅니다.

[1] 권리자의 요청이 없어도 세관은 움직인다: ‘직권 통관보류’의 위력

많은 수입업자가 “상표권자가 직접 세관에 신고하고 담보를 제공하며 요청해야만 통관이 보류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관세 행정의 감시망은 훨씬 능동적이고 촘촘합니다.

관세법 제235조 제7항은 세관장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수입 물품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 세관장은 상표권자의 별도 요청이나 담보 제공이 없더라도 **직권(Ex-officio)**으로 통관을 보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권리 보호를 넘어, 위조품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시장 질서 교란을 국경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세관은 권리자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기 전, 이미 물품의 성상을 근거로 직권 통관보류라는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2] 세관은 무엇을 보고 ‘짝퉁’임을 확신하는가? (결정적 증거와 드라마)

세관의 분석 네트워크는 다각적이며 정밀합니다. 이번 심판례에서 처분청(세관)이 쟁점 물품을 위조품으로 확신하게 된 근거는 단순히 “느낌”이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와 현장 검증의 결과였습니다.

  • 현저히 낮은 신고 단가: 정품의 시장 가격에 비해 수입 신고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낮게 책정되었습니다.
  • 정품 인증 QR코드 인식 불가: 물품에 부착된 위조 방지용 QR코드를 스캔했으나, 정품 인증 페이지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 시리얼 넘버의 중복: 색상이 서로 다른 별개의 제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품에 동일한 시리얼 넘버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 허술한 부자재와 마감: 로고 형태가 정품과 미세하게 다르고, 봉제 라벨 및 포장 상태가 진정상품(정품)의 퀄리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장면은 ‘서류 검증’ 단계에서 연출되었습니다. 수입업자는 인도의 공식 대리점과 체결했다는 계약서를 소명 자료로 제출했으나, 세관이 해당 대리점에 직접 확인한 결과 **”우리는 그런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위조된 서류를 통한 증빙 시도는 현대 관세 당국의 국제 협조 네트워크 시스템 아래서 쉽게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나는 통지서를 못 받았다?” 전자송달의 법적 효력

청구법인은 세관이 화주인 자신에게 직접 통지서를 보내지 않고 통관대리인(관세사)에게만 보냈으므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리는 단호합니다.

관세법 제327조에 따라 관세정보시스템(UNI-PASS)을 통한 전자송달은 적법한 통지 방법입니다. 법적으로 관세사는 화주의 ‘신고인’이자 대리인으로서 전문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시스템을 통해 관세사에게 전달된 통지는 곧 화주에게 도달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세관장은 관세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전자송달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전자처리 설비의 장애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적법한 통지 방법이다.”

시스템의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그에 따른 법적 책임 또한 엄격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4] ‘역담보’로도 풀 수 없는 금기: 상표권 침해의 명백성

지식재산권 분쟁 시, 수입업자가 과세가격의 120%에 해당하는 담보를 예치하고 우선 통관을 받는 **’역담보 제도’**가 존재합니다. 이는 권리자와 수입자 사이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습니다. 관세법 제235조 제5항 단서에 따르면, 위조 상표를 부착하여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물품은 역담보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됩니다. 즉, 명백한 가품은 아무리 많은 담보를 제공하더라도 결코 통관될 수 없습니다.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발상이 법의 엄격한 원칙 앞에서 무력해지는 지점입니다.

결론: 수입업자의 ‘선량한 관리주의’가 필요한 시대

이번 심판례의 주인공은 단순히 “운이 없었던 수입자”가 아니었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수입업자의 대표는 이미 2023년에 상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Prior Record)**가 있었습니다. 세관의 정밀한 돋보기는 과거의 기록까지도 비즈니스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삼습니다.

“수출자가 정품이라고 해서 믿었을 뿐”이라는 변명은 전문적인 무역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습니다. 계약 체결 전 수출자의 권한을 재확인하고, 제품의 진위 여부를 사전에 검증하는 **’실사(Due Diligence/상당한 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수입 비즈니스는 세관의 정밀한 돋보기 아래에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까?” 철저한 사전 점검과 법적 절차에 대한 존중만이 여러분의 소중한 비즈니스를 지키는 유일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 [Editor’s Note: 주요 전문 용어 설명]

UNI-PASS(국가관세정보시스템): 수출입 신고부터 관세 납부, 통관 결과 확인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통합 관세 행정 시스템입니다.

역담보 제도: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수입업자가 일정한 담보를 제공하고 물품을 우선 통관시킨 뒤 사후에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단, 명백한 위조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해당 사례의 영상은 링크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https://youtu.be/QtFK453qZ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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